설명절을 코앞에 둔 주말 토요일은 이상하게도 더 길게 느껴진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아침은 분주하게 시작됐는데, 마음 한켠에는 명절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긴장감이 자리 잡고 있어서일까. 장을 볼 것도 많고, 챙길 것도 많고, 괜히 마음은 바쁘다. 그런데 시간은 또 왜 이렇게 더디게 가는지.
아이를 재우고 나면 잠깐의 여유가 생기지만, 그 순간에도 머릿속은 다음 주 생각으로 가득하다. 다음 주부터는 알바를 나간다. 인수인계 받고, 하나씩 배우고, 익숙해지면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일하게 되겠지. 사실 긴장도 되고 설렘도 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보낸 2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기에, 다시 사회로 나간다는 게 낯설기도 하다.
튼튼이를 키우며 보낸 지난 시간은 참 특별했다. 밤잠 설쳐가며 아이 컨디션 살피고, 이유식 하나에도 신경 쓰고, 작은 변화에도 마음이 오르내렸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엄마로서 많이 성장했고, 또 많이 흔들렸다. ‘잘하고 있는 걸까?’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일을 시작하는 마음은 단순히 용돈벌이를 넘어선 의미가 있다. 다시 나를 찾는 시간 같기도 하고, 엄마이기 전에 ‘나’로서 서는 연습 같기도 하다. 물론 짧게 일하는 거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책임감과 성취감은 분명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시작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꽤 큰 변화다.
아이를 두고 나가는 마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다. 혹시 아프진 않을지, 밥은 잘 먹을지, 낮잠은 잘 잘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필요한 시간일 거라 믿어본다.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동안 아이도 조금 더 단단해지고, 나는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감각을 되찾을 테니까.
설명절을 앞둔 이 주말, 괜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올해는 유독 무탈하게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큰 욕심도 없다. 가족 모두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일상 속에서 작은 웃음이 이어지길. 지난해 아이가 아팠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이 철렁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새해에는 조금 더 담담해지고 싶다. 일이 힘들어도 너무 흔들리지 않고, 육아가 벅차도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꾸준히 살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도 충분히 잘했다고 나에게 말해주면서.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작은 변화가 또 다른 나를 만들어주겠지.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나 자신으로서.
올 한 해는 제발 무탈하게. 우리 가족 모두 아프지 않고, 웃는 날이 더 많기를.
그리고 나의 새로운 시작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이어지길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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